인류학은 낯선 타자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동시대 예술가들은 탐사의 반경을 타자에 한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자신과 공동체, 비인간적 존재, 그리고 미래적 상상까지를 연구의 장으로 확장하며, 이를 위해 인류학적 관찰과 기록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한다. 문화인류학의 대표적인 방법론인 민족지(ethnography)는 특정한 시공간의 지정학적 맥락 속에서 공동체의 삶을 가까이 관찰하고, 때로는 그 안에 참여하며 기록하는 실천을 포함한다.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가 비서구를 대상으로 발전시켜 온 이 방법론은 오늘날 문명의 전개 방식과 질서가 변화함에 따라 연구 대상과 접근 방식 모두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겪고 있다. 가령 지난 세기의 질문인 "인간은 무엇인가"가 진화생물학과 사회과학이 제시한 인간의 정의를 전제로 했다면, 오늘날 "인간은 우리인가?"라는 질문은 그 전제 자체를 흔들며 '우리'의 경계와 질문이 성립하는 조건을 다시 사유하게 만든다.
문명을 구성해온 자연환경, 도시문화, 기술발전의 세 축은 이제 인류가 발전시킨 인공지능, 새롭게 합성된 물질적 환경, 그리고 그동안 가시화되지 않았던 비인간 존재 및 행성적 조건들과 얽히며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팬데믹과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전환점을 거치며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고, 예술과 기술의 단순한 결합을 넘어 서로를 조건짓고 변형시키는 동시대 미술 환경의 근본적인 전환을 이끌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전환의 한가운데에서 예술가를 단순한 문화생산자가 아닌 기술·환경·사회적 조건을 탐사하는 실천적 행위자, 곧 오늘날의 인류학자들Anthropologists로 호명한다. 이들은 더 이상 외부의 타자를 관찰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탐사의 반경은 자기 자신과 공동체에 내재한 타자성, 인간 중심적 존재론을 넘어 새롭게 호명되는 비인간 존재와 행성적 조건, 의인화된 기술과 끝없이 증식하는 인공사물들, 그리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와 인간의 경험 이전의 시간까지 포함한다.
전시 《인류학 연습: 인간은 우리인가?》 Doing Anthropology: Are Humans We?는 지난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모임과 워크숍을 통해 축적된 예술적 연구와 기술적 협업의 과정을 하나의 시공간으로 응축하고, 그 과정에서 형성된 복잡다단한 인간의 풍경을 드러내는 일시적인 장이다. 참여 예술가들은 자신의 삶과 환경 속에서 채집한 감각과 데이터, 서사, 그리고 기술적 매개를 통해 구축한 시청각적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저마다의 민족지를 구성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예술적 민족지는 단순한 관찰과 기록을 넘어 인공지능 기술과 인터페이스, 데이터 구조와 네트워크를 횡단하는 기술적 조건 속에서 재구성되는 동시대의 분석 언어로 작동한다. 동시에 걷기, 쫓아가기, 말하기, 듣기, 쓰기, 지우기와 같은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행위와 반복 노동을 통해 세계와 자신, 경계 바깥에 대한 이해를 갱신하고자 하였다. 민족적 동질성과 사회적으로 합의된 의미 체계가 강하게 작동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접근은 외부를 향한 시선에 머무르지 않고 내부를 다시 관찰하도록 이끈다.
이처럼 전시는 오늘날 '인간'이라는 범주를 고정된 정의가 아니라 기술과 환경, 다양한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관객은 이 다층적인 기록과 서사 사이를 이동하며 타인의 경험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되묻고, 미래를 상상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조건을 새롭게 사유하게 된다. 전시의 시간에 합류한 우리 모두는 잠시나마 각자의 자리에서 동시대의 인류학자가 되어 자신의 삶과 세계를 다시 관찰하고, '우리'라는 공동체와 '인간'이라는 보편적 명명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는 연습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틈에서 그동안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던 다양한 행위자들의 궤도와 위상을 다시 추적하며, 끝내는 인간이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인류학을 연습한다는 것은 끝없이 타자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 아니라, 그 모든 우회를 거쳐 인간을 다시 낯설게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기획
참여작가 , , , , , , , , , , ,
종근당고촌재단 생명과학융합예술교육 [바이오 오디세이]
전시 엽서는 전시장뿐 아니라 문래동의 이웃 가게들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카페 몬키·카페 발원지·더데일리브레드·킷사 고구마·카페 정글핌피·해방음·아뚤라에르·치우소이다이닝·컨셔스클로딩·슬롯·스틸바이트·페스트·러스크·버블빈티지·세이트러스크 카페
전시 공간이 협소하여 사전 접수해주신 분께 우선적으로 입장을 안내해 드립니다.
카드를 누르면 신청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각 프로그램 정원 15명(선착순), 1회 최대 4명까지 신청 가능합니다. 전 프로그램 무료.
'김지미클릭' 낙서를 찾아 서울 북부를 헤매던 '지미츄로스' 팀이 영등포의 낙서를 찾기 위해 다시 만났다. 테크노엇박이 아로새겨진 이곳에서 '땅땅이'로 이름붙인 낙서는 도시의 틈새 이곳 저곳으로 그들을 이끌고 있었는데...
불리지 못한 이름, 무심히 지나쳐온 물질과 사물, 가보지 못한 시간. 우리가 무엇인가를 기억한다고 말할 때, 그 기억의 안쪽에는 무엇이 침전되어 있고, 기억의 바깥에는 무엇이 들러붙어 있을까요? 회화에서 출발해 기억과 역사, 물질과 장소를 탐구하며 작업의 서사를 종횡으로 확장해온 두 작가가 만납니다. 이번 대화에서는 최선의 〈조용한 대답〉을 비롯한 작업 전반을 살펴보고, 최가영이 가오슝에서 시간을 보내며 제작한 〈우육면 트위스트〉와 〈우육면 다이어리〉를 중심으로, 작업을 둘러싼 이야기와 그 너머의 서사를 함께 들여다봅니다. 작업과 작업이 서로를 바라보고, 아직 불리지 않은 이름과 열어보지 못한 기억의 주변을 천천히 항해합니다.
작가 권희수의 스튜디오를 그대로 반영한 설치작업 《오렌지의 방》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실제 작업실을 화상으로 연결하여, 관객과 같은 시간 각자의 공간에서 함께 존재하는 버추얼 퍼포먼스입니다. 이 시간 동안 권희수 작가는 평소처럼 스튜디오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졸리면 낮잠을 자기도 하고, 뭔가를 먹거나, 컴퓨터로 작업을 하고, 고양이와 놀기도 하는 등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그대로 이어갑니다. 대화가 오가는 워크숍이 아니라, '온전히 곁에 있어주는' 태도로 관객과의 관계를 확장하는 조용한 병행적 동행(parallel companionship)의 시간입니다. 한 시간 반 동안 작가와 참여자들은 다른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함께 공존하며, 각자 간식을 먹거나 할 일을 하는 등 저마다의 일상을 이어갑니다. 세션 후반에는 짧은 대화와 Q&A가 이어집니다.
*참여 안내 — 세션 중에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열어두셔도 좋습니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공존하는 자리인 만큼, 참여자 각자의 자율적인 태도를 부탁드립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예: 기술적 오류 등)으로 다른 참여자에게 방해가 되는 경우, 진행자가 재입장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장소는 몇 번이나 다르게 읽힐 수 있을까요? 경인선과 그 주변에 남겨진 인입선의 흔적을 따라가며, 도시의 변화 속에서 한 장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지워지고 다시 읽히는지를 살펴봅니다. 사라진 철길을 통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도시의 풍경 아래에는 어떤 시간과 기억이 겹쳐져 있는지 함께 이야기합니다.
위성이 찍은 흐릿한 사진을 통해 북한에 대한 숫자들이 만들어지지만, 그 숫자들을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국가기관과 국제기관은 그 숫자들을 통해 정책을 정합니다. 이 토크에서는 위성이 어떤 북한을 만들고 있는지 묻습니다.
사물을 대하는 신체, 기술을 통과하는 이미지, 그리고 그 모든 관계가 펼쳐지는 장소. 같은 기술을 마주하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거리와 사용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로보틱스 등 기술 시스템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조영각,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사물과 장소를 통해 접촉하고 감각하는 방식에 주목하는 김시흔, 회화에서 출발해 AI 기반 디지털 이미지 등 서로 다른 기술과 매체를 오가며 관계와 정체성을 탐색하는 최고은. 서로 다른 분야와 작업의 경로를 지나온 세 작가는 기술을 대하는 거리에서도 서로 다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이번 대화에서는 그 차이에서 출발해 각자의 작업 속에서 기술이 어떻게 사물과 신체, 장소를 매개하는지 살펴보고, 세 개의 진술이 만나고 엇갈리는 자리에서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바라봅니다.
작가들에게 연구란, 혹은 연구의 기록이란 어떤 의미와 효용을 가질까요?
이번 전시를 제안한 기획자 조주리와 작가들의 연구노트 제작에 참여한 에디터 이연지가 만나, 전시의 마지막 날 모두의 ‘연습 일지’를 다시 들춰봅니다.
하나의 작은 생각과 모호한 가설이 작업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생각의 궤적과 연구의 단서들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기술해달라는 기획자의 주문. 그리고 ‘인간은 우리인가?’라는 하나의 물음에서 출발한 모임은 시간이 흐르며 저마다의 질문으로 흩어지고, 예상보다 넓고 방대한 탐구로 이어졌습니다.
내부자의 마음과 외부자의 자세를 오가며 작가들의 연구노트를 함께 만들어온 두 사람이 이제 그 기록을 바탕으로 ‘연구’를 다시 연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떠오른 물음과 진단, 우려와 기대를 나누며, 연구가 작업이 되고 다시 기록이 되는 과정의 의미를 함께 살펴봅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나, 사전 신청자에게 먼저 좌석을 안내드리며, 상황에 따라 현장 관람객도 참여하실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입니다. 사전신청 후 부득이 참석이 어려울 경우 예약 취소를 부탁드립니다. 천재지변 및 주최측의 사정에 따라 프로그램의 일정과 내용에 변동이 있을 경우, 문화도시 영등포 공식 SNS(@cultural_city_ydp)를 통해 사전 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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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 이건왕
문화도시센터장 | 김지훈
문화도시기획팀 | 문유석
문화도시기획팀 | 변채린
큐레이터 | 조주리
에디터 | 이연지
권희수, 김시흔, 김재민이, 듀킴, 반재하, 장영해, 장종완, 조영각, 주슬아, 최가영, 최고은, 최선, 종근당고촌재단 생명과학융합예술교육 [바이오 오디세이]
대행사 | (주)프럼에이
운영 | 조아라
홍보 | 양채원
그래픽 디자인 | 물질과비물질
공간조성 | 띵크앤메이크
영상 촬영 및 편집 | 높이와넓이
주최·주관 | 영등포구, 영등포문화재단, 영등포문화도시센터
협력 | 종근당고촌재단, 종도빌딩